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정가 : 22,000

작가명 :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

출판사 : 글항아리

출간일 : 2018-08-09

ISBN : 9788967355388 / 896735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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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같은 대학교 공공지식연구소 소장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 사회>. 전미출판협회 사회학.인류학 분야 최고의 책, 영국사회학회 건강.질병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극작품으로 각색돼 연극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천천히,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폭염

우리는 그러나 목숨 걸고 폭염을 무시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은 정치적·구조적 실패를 의미한다

·폭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극복할 정치적 의지가 있느냐다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비극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닌 정치적 실패의 문제



1995년 시카고에서는 기온이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돼 7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구급차는 모자랐고, 병원은 자리가 없어 환자를 거부했으며, 시민들은 갑자기 죽은 이웃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 무더위는 사회적 문제로 취급된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폭염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는 것도 아니고 홍수나 폭설처럼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희생자는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노인, 빈곤층, 1인 가구에 속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현지 조사는 폭염 사망자들이 실려온 한 부검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검시관들이 의학적 부검을 실시하는 동안, 그는 희생자들이 생전에 살았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거기에 이들의 생을 앗아간 단서가 돼줄 사회학적 요인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희생자들의 거주지는 하나같이 사회 취약계층이 모여 사는 아파트나 싸구려 호텔들이었다. 저자는 이들 지역에 머물며 수시로 현지 조사를 나갔고 차츰 안면을 트게 된 이웃들은 클라이넨버그와의 인터뷰에 응한다. 한편 그는 경찰 보고서를 분석하고, 시체안치소의 기록들을 파헤치며, 통계 분석을 하는 방법으로 이 사안을 깊숙이 파고든다.

이 조사는 오랜 기간 차분히, 여러 스펙트럼을 따라 이뤄졌고, 기존 사회학이 간과해 우리 시선에 붙잡히지 않았던 이들을 분석의 망으로 끌어들인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폭염에 의한 사망이 ‘사회 불평등’ 문제라고 진단 내린다. 물론 이렇게 단순한 결과만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또한 공공재화를 잘못 다룬 정부의 문제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공학기술적 대처의 실패일뿐더러, 시민사회가 서로를 보살피지 못한 공동체 부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염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전적으로 몸이 약하고, 나이가 많고, 쓸쓸한, 혼자서 더위를 견뎌야 했던 이들이다. 이 점이 바로 사회학자가 기후 문제를 파고들게 된 계기다.

그러므로 폭염은 일종의 사회극이다. 그것은 미처 우리가 살고 죽는 조건을 드러낸다. 폭염으로 인해 공동체의 누군가가 사망했다면, 이런 사회적 조건을 조성하고 더위가 지나가기만 하면 이들의 죽음을 쉽게 잊히도록 만든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당연시하고 숨기려 했던 사회적 기반에 생긴 균열을 조사해야만 향후 이런 참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혼자, 가난하게, 늙어간다는 것



시카고 폭염의 피해 양상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아무도 모르게 방에서 홀로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인해 수백 명이 고독사했고, 심지어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된 이도 많았다. 홀로 죽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1인 가구, 노인, 빈곤층 등 사회의 취약계층이었다. 이들은 또한 유품을 찾아갈 친척이나 지인이 거의 없는 무연고자였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는 독거노인 수가 증가하고 있었고, 시카고도 이 점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독거노인, 특히 남성 노인들은 인간관계가 매우 제한적이며, 사회적 접촉이 적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TV를 보며 지낸다. 가족과의 교류는 뜸하거나 아예 관계가 끊긴 경우가 많으며, 몸이 불편하여 외출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노인 임대주택이나 원룸주거시설에 살고 있는데, 대부분 냉방장치 등의 시설이 노후화되거나 부족하고 관리가 허술하며, 범죄의 위험 또한 높다.

시카고의 일부 원룸 호텔은 ‘인간 축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시설과 환경이 형편없었다. 노스이스트사이드 지역의 한 호텔은 합판을 사용해 건물을 재구획하여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의자 하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수백 가구를 수용했다. 외벽에는 창문이 몇 개 있고 층마다 비상구가 있었지만, 건물 내부의 환기구 역할은 거의 하지 못했고, 1층에 있는 어두침침한 로비에는 냉방장치가 없었다. 이러한 열악한 주거 환경은 취약계층 주민들을 더 심각한 사회적 고립으로 이끌고, 폭염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서로를 보살피지 않는 사회에서 산다면



저자가 현지 조사 때 만난 폴린 잰코위츠의 사연은 폭염 기간에 독거노인이 흔히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폴린은 리틀빌리지 지역에 사는 여성 독거노인이다. 그녀는 1층보다 더 안전하다는 이유로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고, 방에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낡아서 제대로 작동하질 않았다. 이웃은 낯설고, 몸은 불편하고, 거리에 혼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그녀는 외출을 꺼렸다. 외출을 하지 않는 그녀에겐 정기적으로 통화하는 ‘전화 친구’와 텔레비전, 라디오 등이 일상의 낙이었다. 너무 더울 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해준 전화 친구 덕분에 폴린은 폭염 기간 중 가장 더웠던 날, 일찍 일어나 에어컨이 있는 동네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식료품점에서 더위를 식히고 신선한 과일을 산 폴린은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 문제였다. 집으로 가기 위해 그녀는 3층 계단을 올라야 했다. 계단을 올라 겨우 방에 도착한 그녀의 몸은 더위 때문에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 갑자기 손이 마비되고 붓기 시작하더니 곧 다른 부위로까지 번졌다. 바닥에 쓰러진 폴린은 겨우 일어나 머리를 물에 적시고 젖은 수건을 몸과 얼굴에 올린 후 선풍기를 쐬며 몸을 뉘였다. 가까스로 열을 식힌 그녀는 곧 몸을 회복했다.

폴린의 이야기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 열악한 주거 환경, 불편한 몸, 갑작스런 위기에 도움을 줄 주변 사람의 부재 등 현대 도시에 사는 독거노인들이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폴린은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수백 명의 시카고 노인들은 그러지 못했다.



폭염에 운명이 엇갈린 지역들



시카고의 노스론데일과 리틀빌리지는 서로 인접한 지역으로, 폭염 당시 유사한 위험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독거노인의 수와 빈곤층 노인의 수가 거의 동일했고, 폭염 당시의 기후 또한 유사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노스론데일과 리틀빌리지의 폭염 피해자 수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노스론데일은 폭염으로 19명이 사망한 반면, 리틀빌리지는 그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저자는 폭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장소 기반의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 두 지역을 현지 조사해나간다.

우선 노스론데일 지역은 흥성했던 공업이 1950년대 이후 쇠퇴하면서 지역의 환경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버려진 건물과 공터, 폭력범죄, 낙후된 기반시설, 낮은 인구밀도, 가족의 분산 등 위험한 환경이 노스론데일 지역에 자리를 잡았고, 이러한 환경은 주민들의 유대관계와 지역 공동체의 역할을 약화시켰으며 주민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거리는 범죄의 위협 요소로 넘쳐나 주민들은 밖으로 나가길 꺼렸다. 지역의 낙후된 환경은 노인들에게 특히 더 위험했다. 깨진 인도와 삐걱거리는 계단, 조명이 없는 공터로 인해 노인들은 불안을 느꼈고 그 결과 거리에 자주 나가지 않았다.

이에 반해 리틀빌리지는 번화한 거리와 왕성한 상업활동, 밀집된 주거지역, 상대적으로 낮은 범죄율 등 비교적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역 환경 안에서 리틀빌리지의 주민들은 사회적 접촉과 공공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고, 노인들 또한 주변의 생활편의시설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었다.

노스론데일 주민들이 거리의 위험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에서 폭염을 홀로 견딜 때, 리틀빌리지의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쇼핑을 하고 이웃과 교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두 지역의 사례는 폭염 같은 재난 시에 마음 놓고 외출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 환경이 얼마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 시스템의 실패: 기업가적인 정부 모델의 폐해



시카고의 공공 기관들은 1995년 폭염에 대처하는 데에 실패했다. 폭염 기간에 응급 환자를 수송할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부족했지만 시 정부는 제때 인력과 차량을 지원하지 않았다. 환자를 수용할 병원 또한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병실이 이미 꽉 찬 병원에서는 긴급한 상태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노인 문제를 전담하는 노인 경찰 제도 또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이처럼 시카고 공공 기관의 폭염에 대한 대처가 실패한 데에는 1990년대 시카고시가 추구한 기업가적인 정부 모델의 영향이 컸다. 기업가적인 정부 모델은 효율성을 중시하며 시민을 소비자로 대하고, 민간단체에 많은 분야를 아웃소싱하는 정부 운영 방식을 말한다. 시카고시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의 예산을 삭감하고,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신청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전달 체계를 만들어 수동적이고 고립된 취약계층을 방치했다. 이는 모두 폭염의 피해를 더욱 치명적으로 만드는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대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시는 홍보 캠페인을 통해 폭염 기간뿐만 아니라 폭염이 지난 뒤에도 재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힘을 쏟았다. 폭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 대중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시카고 시장 데일리는 정전 사태를 초래한 전력공급 기업을 비난했다. 또한 폭염 피해의 심각성을 가볍게 취급하는 발언을 하고, 사망자 수가 과장되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관료는 죽음의 책임을 사망자들 개인에게 떠넘기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시 정부의 폭염 사태에 대한 부인과 침묵의 태도는 폭염 당시에 재난에 긴급히 대처해야 할 공공 기관의 대응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고, 폭염 이후에도 재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위가 물러가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환경학자에 따르면 더욱 파괴적인 여름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력은 1995년만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끔찍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최근 최고 기온이 더 높아지고, 더운 날이 더 많아지며, 폭염이 거의 육지 전체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90~99퍼센트라고 예상했다. 그 결과 노인과 도시 빈곤층의 사망 사건 및 심각한 질병이 증가하고 폭염과 지구온난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냉방장치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기상학자 폴 더글러스는 “1995년 시카고 대참사는 앞으로 다가올 일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폭염도 문제이지만 독거노인과 1인 가구 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경제·문화적으로 양극화된 도시 구역의 사회적 분리 현상은 현대 사회의 대도시가 가지는 공통된 특징이다. 여름이 자나간다고 해서 폭염의 사회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중요성이 덜해지지 않을 것이며,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극단의 도시에 나타날 디스토피아적 징후가 될 것이라고 사회학자가 경고하는 이유다.

저자 소개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은이)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같은 대학교 공공지식연구소의 소장이다. ≪미국사회학회지(American Sociological Review)≫, ≪이론과 사회(Theory and Society)≫, ≪민족지학(Ethnography)≫ 등의 학술 저널에 연구를 발표했고, ≪뉴요커≫, ≪뉴욕타임스 매거진≫,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타임≫, ≪월스트리트저널≫ 등 수많은 대중매체에 기고했으며, ≪디지털 시대의 문화 생산(Cultural Production in a Digital Age)≫과 ≪대중문화(Public Culture)≫를 편집하기도 했다.
그는 전작 T폭염 사회(Heat Wave)U를 통해 7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카고 폭염 사태를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 비극의 측면에서 들여다보며 재해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고, 전미출판협회 사회학 · 인류학 분야 최고의 책, 영국사회학회 건강·질병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며 학계는 물론 방송과 출판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어 그는 특정 재난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지역적 자원이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로 문제의식을 확장했으며, 불평등과 고립, 분열과 양극화와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Social Infrastructure)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이 책 T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Palaces for the people)U로 펴내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민주사회의 미래는 공동이 모이는 장소, 필수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공간들을 기반으로 건설될 것이라며 가상의 온라인 공간이 아닌 실재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학적, 철학적, 건축학적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2019 앤드루 카네기 메달 논픽션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미국공영라디오(NPR)가 선정한 2018 최고의 책으로도 꼽힌 바 있다. 그 외 저서로 21세기 가장 큰 인구학적 격변인 ‘1인 가구’ 현상에 주목한 T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Going Solo)U 등이 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강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인구, 고립, 범죄, 교육, 환경 등 21세기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프라스트럭처 설계 공모전 <리빌드 바이 디자인(Rebuild by Design)>의 책임연구자로서 도시민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느슨한 연결을 통해 삶의 품격을 높이도록 공간을 설계하는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홍경탁 (옮긴이)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업 연구소와 벤처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데이터 자본주의》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우아한 방어》 《디즈니 고객 경험의 마법》《12가지 행복의 법칙》 《공기의 연금술》 《멈출 수 없는 사람들》 등을 옮겼다. 번역에 대한 의문점이나 오역 신고를 받는 사이트(http://mementolibro.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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