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제 76차 청소년 권장도서 선정!



엄마와 딸의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는

‘슬픈 역사’ 아우슈비츠에 관한 진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청소년 아이들에게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역사적 비극에 관해

사실 그대로 이야기해 주는 진솔한 역사 교육이 시작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옮긴이



비비오르카의 대답과 딸의 질문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을 위해서도

아우슈비츠에 관한 중요한 지식을 제공해준다. -에릭 존슨 (‘나치 테러Nazi Terror’의 저자)



간결한 대답으로 아우슈비츠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책. -아마존 독자 서평



프랑스에서 홀로코스트와 유대인 연구에 관해 가장 정통한 역사학자로 인정받는 아네트 비비오르카의 책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홀로코스트, 즉 독일군이 자행한 유대인 학살의 역사를 엄마와 딸이 나누는 대화의 형식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나가는 책이다. 이 책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동시에 출간된 이후 유럽의 ‘슬픈 역사’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유대인 학살을 이해하는 데 꼭 읽어야 할 청소년 도서로 소개되면서 그 내용을 인정받았고, 독일에서는 청소년 문학상까지 수상하며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딸아이의 질문과 그 눈높이에 맞춘 엄마의 대답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기존에 출간되었던 홀로코스트 관련 연구서들과는 달리 쉬운 언어로 실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성인들이 읽기에 낮은 수준인 것도 아니어서 20세기의 가장 잔혹하고 끔찍했던 역사, 홀로코스트를 알고자 하는 모든이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엄마! 아우슈비츠가 뭐예요?



이 책은 비비오르카 교수의 딸인 13세 소녀 마틸드의 사소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그 궁금증이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엄마의 입장에서 딸아이에게 그토록 잔혹했던 역사적 진실을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아우슈비츠에 대해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저자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가인 나에게 아우슈비츠를 서술하고, 유대인 민족 학살이 어떻게 진행되어 갔는지를 묘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긴 해도, 단순하게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설명이 안 되는 핵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저자는 이 ‘단순하게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설명이 안 되는’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주기 위해 대화라는 형식을 끌어온다.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라는 부제가 설명하고 있듯이 이 책은 딸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딸아이가 가질 법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대한 충실한 대답으로 채워져 나간다.

예를 들어 저자가 ‘강제 이송’,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 ‘친위대’, ‘게토’,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와 쓰임새까지도 설명해 주어야만 다음 설명으로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갑자기 어려워진 저자의 대답에 대해 마틸드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 좀더 쉬운 말로 고쳐서 저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부탁해요, 네?”라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는 마틸드뿐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자칫 어렵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를 쉬운 말로 설명함으로써 내용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생존자들의 증언과 상세한 묘사가 곁들여진 저자의 설명은 아우슈비츠와 유대인 학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지식을 폭넓게 확장시켜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이자 저자의 친구이기도 한 베르트 아줌마의 왼팔에 새겨진 문신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이 책은 유대인들의 대량 검거, 강제 이송, 수용소의 환경, 대량 학살, 게토에서의 생활 등과 같은 주제들을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그런데 마틸드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을 해나가던 저자는 어느 새 그것들이 자기 자신도 항상 궁금했으나 쉽게 답하지 못하고 미루어 왔던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비로소 아우슈비츠가 무엇이었냐는 마틸드의 질문을 받고 설명하자니, 그 아이가 던진 질문들이 바로 내 스스로가 끊임없이 자문하던 것과 똑같은 질문들이라는 사실에 새삼 생각이 미쳤다. 벌써 50년이 넘도록 역사가들과 철학자들이 죽도록 성찰해왔지만 대답하기가 간단하지 않은 이 질문들 말이다.



유럽 유대인 학살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아우슈비츠’를 딸에게 설명하는 동안 저자는 이토록 엄청난 사건을 말로 표현해야 하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더불어 저자는 유대인들이 받았던 고통과 죽음, 즉 감정에만 호소하는 역사 교육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것은 오로지 유대인들에 관련된 사건이 아니란다. 아우슈비츠는 유럽의 역사에 속하는 거야.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아마도 20세기 동안 일어난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럽적인 사건이란다. 우리들 가운데에서 아직도 살아 있는 역사 말이야. 왜냐하면 아직도 엄연히 베르트 아줌마 같은 생존자들이 있기 때문이야. (...) 오직 감정에만 호소하여 가르치는 역사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비록 아우슈비츠가 계속해서 어떻게든 설명이 안 되는 것으로 남을지라도 엄마는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이성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왜 아우슈비츠를 기억해야 하는가?



아우슈비츠의 역사를 기록하고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저자 자신만의 일이 아닌 유대인의 역사 교육이 가진 공통된 특징이다. 그들은 해마다 아우슈비츠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죽음을 맞은 조상과 가족들을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역사 교육에 힘을 쓴다. 이는 바르샤바 게토에 갇혀서 결국은 살아남지 못했던 초등학교 교사 카임 카플란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기를 쓴 이유에 대해 들어볼 때 좀더 확연해진다.



나는 우리가 지금 특이한 시대를 살고 있으며, 여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역사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 역사로부터 도망칠 권리가 나에게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나의 일기장은 후세 역사가들이 이용하게 될 사료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엄마와 딸이 나누는 아우슈비츠에 관한 대화의 주제는 크게 ① 반유대주의의 기원, ② 유대인 학살, ③ 바르샤바 게토의 생활조건과 봉기, ④ 학살 책임의 소재, ⑤ 기억의 의무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중에서도 저자가 마지막까지 재차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그 역사를 왜,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를 기억해야겠지. (...)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있다네”라고 독일의 위대한 작가인 파울 첼란이 쓴 시에서처럼. 최소한 우리 가족들만이라도 그들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될 거야. (...) 몇몇 사람들은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일을 안다는 것은 그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단다. (...) 비록 아우슈비츠가 계속해서 어떻게든 설명이 안 되는 것으로 남을지라도 엄마는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이성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대국가의 기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그것은 근대국가의 관료제 속에서 개인의 역할이 사실상 기계의 부품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반성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 학살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현대 국가의 기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지. 유대인의 강제 이송과 가스실에서의 살해는 다양한 가담자들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관리들은 다양한 등록 자료를 제공했고, 여러 경찰 대원은 유대인을 체포했으며, 다른 관리들은 집단 수용소를 건설하고 감시하게 했고, 많은 남자들은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몰았고, 다른 사람들은 학살 센터로 가는 기차를 몰았으며, 열차 운행표를 짜기도 했단다. 이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일이 결국에는 수백만 명을 죽이게 되는 연쇄 사슬에 끼워져 있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지 않았어. 겉보기에 그들은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고, 단지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한 것뿐이라고 여겼을 테지.



결국 두 모녀가 나누는 아우슈비츠 이야기는 그것이 아주 먼 곳, 전혀 다른 시대에 벌어진 유대인만의 아픈 역사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 독재 시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우리나라의 독자들 역시 아우슈비츠와 비슷한 역사적 비극의 예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울림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옮긴이는 후기를 통해 “홀로코스트 관련 역사 교육의 경우, 사실상 이제까지 출간된 홀로코스트 관련 전문 서적들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서 아이들이 소화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홀로코스트에 관해 좀더 쉽게 이야기해 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엄마와 딸이 아우슈비츠에 관해 나누는 진솔하고 담담한 대화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비극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