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교실 속 철학토론 - 평생 배움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철학적 탐구공동체 수업 이야기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불확실성 시대,

교실로 들어온 철학적 탐구의 힘!



2022 개정교육과정과 하나의 정답만 추구하는 교육의 한계



2022 개정교육과정은 ‘불확실성’에 주목한다. 이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져준 화두이기도 하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통해 우리는 자연이 가진 근원적인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을 절실히 체감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불확실성에 적절히 대처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준비가 너무나 미흡했다. 오랫동안 오직 하나의 정답만 추구하는 공부를 강조했고, 정답을 찾아냈는지 여부로만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평가해왔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답 찾기에 최적화되고, 그런 정답에만 길들여진 사람일수록 불확실성 앞에서 무력하고 나약했다. 마치 처음 보는 데이터에 대해 오류로 반응하는 컴퓨터처럼 ‘정답 없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이 ‘불확실성’을 주목한 데는 이러한 우리 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과 함께 철학적 접근이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음을 함께 시사한다. 왜냐하면 철학은 학생들에게 우리 삶에 내재한 근원적인 불확실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삶으로서의 철학, 불확실성 시대를 용기 있게 헤쳐 나가는 무기가 되다



아마도 ‘철학’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상당수의 성인도 질색하며 골치 아파할 것이다. 또 철학 수업이라고 하면 철학자의 어려운 이론이나 철학적 지식, 개념 등을 전달하는 것만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철학토론을 한다고 하면 최소한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주제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교실에서, 특히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철학을 한다는 건 이상(理想)일 뿐, 실현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것이 철학에 대한 깊은 오해라고 말한다. 이들은 ‘삶으로서의 철학’에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이 소소한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 함께 읽고 사유하며,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해보는 철학적 탐구에 기반한 수업을 전개한다.

철학적 탐구의 주제는 이 세상의 모든 것, 즉 일상적인 생각이나 사건, 개념, 현상 등을 아우른다. 또 우리가 삶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얼마든지 철학적 탐구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무심코 지나치기보다 호기심을 발휘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철학적 탐구가 된다. 나아가 이러한 탐구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들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부딪혀 볼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고차원적 사고력이나 문해력 등의 역량을 차근차근 다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교실로 스며든 철학, 지혜를 추구하는 수업을 만들어가다



교실에서의 철학적 탐구를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은 함께 읽고, 다양한 생각의 만남과 함께 질문과 토론을 강조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각자의 관점에서 비판적 읽기를 통해 하나의 정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북돋는다. 또한 열린 생각으로 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공유하며, 더 나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저자들이 교실 수업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삶으로서의 철학’이다. 탐구 과정에서 하나의 정답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옳고 그름, 선과 악, 찬성과 반대 등 이분법적 기준에서 벗어나 옳음이 무엇인지, 찬반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러한 기준은 절대적인지 아니면 가변적인지 등과 같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저마다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스스럼없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지식을 습득하는 수업이 아닌 함께 지혜를 추구하는 수업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철학이 아우르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사랑이 무엇인지, 우정이 무엇인지, 시간은 무엇이고, 공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답을 과연 지식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념들의 의미는 수없이 얽히고설킨 맥락 속에서 저마다 달리 판단할 수 있고, 또 서로 다른 판단을 존중하며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통해 균형 있는 판단을 지향하는 지혜의 영역으로 교실에서 철학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철학이 우리 교실 수업의 일상으로 자리잡도록



저자들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본래 철학적인 일임을 강조한다. 이 말은 곧 철학의 시작점은 아이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또 그들의 언어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그런 존중의 마음가짐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면 좋은지를 안내할 뿐이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과거처럼 그저 정답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동적 객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 각자가 배움의 주체로서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비판적 사고로 당당하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고력과 문해력은 필수 역량이다. 철학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수업이 교실의 일상으로 자리잡으면 학생들은 이러한 역량들을 마치 숨 쉬듯 자연스레 키워가게 된다. 또한 철학은 수업에서 교과 지식의 단편적 전달에 머물지 않고, 더욱 교과답게 가르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배움과 삶 또한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교실로 들어온 철학이 아이들의 일상적 배움으로 스며들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철학이 교실 밖을 넘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이자 배움의 방식임을 깨닫게 해준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교사들에게 철학은 분명 새로운 관점을 열어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교실에서 철학이 필요한 것과 별개로 아이들과 함께 철학을 한다는 것이 다소 막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과 철학을 하고자 하는 교사들을 위해 문턱을 한껏 낮추어 이론적 근거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문제를 함께 사유하고 토론해보는 모든 활동, 즉 행위로서의 철학에 방점을 두고 교실에서 어떻게 철학적 탐구를 실천할 것인가를 실제 수업사례들을 토대로 차근차근 안내한다.

먼저 1부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지향점이 철학적 탐구와 맞닿아 있는 점과 함께 철학적 탐구공동체 수업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아울러 문해력과 철학의 관계, 철학적 탐구를 위한 다차원적 사고의 중요성, 생각하는 힘을 자극하는 사고기술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또한 배움이 넘치는 원활한 수업을 만들기 위한 절차와 평가 방안도 함께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본격적인 실천방안과 수업사례들을 소개한다. 수업 기획, 수업 진행, 다양한 참고자료 등을 아우르며, 수업에서 어떤 교재를 사용했고, 생각 열기, 질문 만들기, 토론 진행, 심화 표현 활동 등의 절차에 관해서도 실제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좀 더 생생한 현장감이 전달되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좀 더 배움이 풍성한 수업을 만들 수 있도록 주제와 관련된 철학적 배경이론이나 추가 자료들도 덧붙였다. 아울러 부록에서는 초·중·고로 나누어 교과별로 적용해볼 만한 다양한 철학적 탐구주제들을 정리하였다. 굳이 교과별 탐구주제를 따로 정리하여 수록한 이유는 철학이 윤리나 도덕과 같은 특정 교과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뜨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주제별로 철학토론 수업에서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철학 에피소드도 몇 편 더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