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다 가을하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한 번쯤 고민에 빠져 안절부절 긴가민가 우물쭈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더지 게임 속 두더지처럼 불쑥 솟아올라 맘을 불편하게 하는 이런저런 고민들. 하지 않을 수 없다면 마르고 닳기까지 고민해버리면 어떨까?



논문을 통과하지 못해 아들의 졸업이 미뤄졌고, 이 일로 우리 집은 고민에 빠졌다. 피하려 하지 않고 100일 동안 힘껏 고민했다. 어느 집에서나 할 법할 고민. 우리 집에서도 하는 고민을. 덮어두면 덧나지만 드러내니 회복되어 굳은살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 가족의 100일간의 고민을 담고 있다.



1부 <늘고말고>에는 고민의 과정과 방법을 담았다.

고민을 요리하는 방법과 고민으로 만든 요리의 맛을 소개했다. 돌아보니 늘 하는 고민 덕분에 살아가는 실력이 ‘늘고’, 버거운 현실에서도 ‘늘~고~’go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4부 고민 레시피로 만든 요리들이다.

늘 하는 고민을 자세히 살펴보니 셋 중의 하나였다. 우리를 안절부절하게 하거나, 긴기민가하게 하거나, 우물쭈물하게 했다. 그래서 재료별로 고민 요리를 나누어 내놓았다.



2부 <안절부절> 감정 때문에 생긴 고민으로 만든 요리들

3부 <긴가민가> 생각 때문에 생긴 고민으로 만든 요리들

4부 <우물쭈물> 행동 때문에 생긴 고민으로 만든 요리들



어떤 이의 말처럼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내 속내를 드러낼 각오를 하는 것이다. 내 생각을 사람들 앞에 내어놓는다는 것은, 그들의 사랑을 받지 못할 각오를 하는 것이다. 왜 굳이 이런 각오를 하느냐 묻는다면, 우리는 미국 밀피타스 고등학교 교향악단이 베토벤 교향곡 9번을 공연한 일과 같은 이유라고 답할 것이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교향악단인 그들의 연주는 형편없었고 무정한 비난이 쏟아졌다. “베토벤이 품었던 불멸의 뜻을 연주해 내는 그 막중한 짐을 왜 그 불쌍한 아이들에게 지우는 겁니까?” 그러자 지휘를 맡은 얼 파머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객석에는 베토벤의 위대한 교향곡 9

번을 밀피타스 고등학교 관현악단이 아니고는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베토벤의 메시지를 들을 길은 그것밖에 없습니다."(필립 얀시,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 중에서)

상담하러 가서 고민을 말하는 중에 스스로 답을 찾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어주길 바라면서도 한편 무시되길 바란다. 이 책 위에 서서 더 나은 고민 방법이나 요리들이 선보여 나도 그런 혜택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살까 말까 읽을까 말까 결정하는데 5분. 사려면 또 10분. 치러야 할 비용 대략 10,000원. 읽는 데 적어도 3시간. 삼부자가 독자들에게 끼치는 폐(弊).

그래서 고맙고 한편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