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늪

문학에 대한 열정을 쉬 놓지 못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삼십여 년간 톡 쏘는 작은 고추처럼 익혀가던 안원근이 장편소설 『욕망의 늪』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우리의 상처 난 근·현대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전주의 남부시장을 배경으로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감칠맛 나는 남도 사투리를 배경으로 시장 사람들은 파장 무렵이면 너덧, 대여섯, 예닐곱씩 짝을 지어 막걸리를 밥사발에 넘치게 따랐다. 그날 팔고 남은 두부에다 김치 한 가닥 걸치거나 된장에 고추를 박은 안주면 그로써 족했다. 시장은 시장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유흥을 즐기는 적당한 장소였다. 장바닥이라도 내외의 분별이 흐릿하거나 기울지 않았다. 내외간이 지켜야 할 암묵적인 언행의 준칙이 보이지 않는 담을 치고 있는 곳이 시장이었다.



문학에 대한 열정을 쉬 놓지 못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삼십여 년간 톡 쏘는 작은 고추처럼 익혀가던 안원근이 장편소설 『욕망의 늪』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우리의 상처 난 근·현대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전주의 남부시장을 배경으로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감칠맛 나는 남도 사투리를 배경으로 시장 사람들은 파장 무렵이면 너덧, 대여섯, 예닐곱씩 짝을 지어 막걸리를 밥사발에 넘치게 따랐다. 그날 팔고 남은 두부에다 김치 한 가닥 걸치거나 된장에 고추를 박은 안주면 그로써 족했다. 시장은 시장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유흥을 즐기는 적당한 장소였다. 장바닥이라도 내외의 분별이 흐릿하거나 기울지 않았다. 내외간이 지켜야 할 암묵적인 언행의 준칙이 보이지 않는 담을 치고 있는 곳이 시장이었다.



여인들은 눈물이 많았다. 헤퍼 보이는 웃음은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었다. 여인들은 화내지 않았다. 화가 나 있지 않아 보였지만 속은 새까만 숯덩이였다. 여인들은 짙게 화장을 했다. 화장은 화장이 아니라 얼굴을 뚫고 나오려는 분노를 저지하는 방어막이었다. 여인들은 설움을 말하지 않았다. 고향 집에는 그녀들보다 더 어려운 가족의 설움이 있었다. 여인들은 시기하지 않았다. 여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고향을 잊어야만 어머니가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여인들은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세상을 원망하면 원망할수록 한만 쌓여 간다는 것을 알았다. -본문 중에서



일제 강점기의 서민들이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었다. 포악한 지주들의 수탈과 일제의 앞잡이가 된 일부 계층들의 횡포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소설의 중요한 화자인 짜식이는 한벽루 앞 전주천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서노송동에 사는 정교술은 닮지 말라고 당부한다. 짜식이는 비록 걸인 생활을 하지만 완전한 자유주의자이면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분노할 줄 안다. 그리고 현실 사회에서 법도를 벗어난 저급한 인물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저항하는 투쟁자이기도 하다. 이에 대비되는 정교술은 격동의 시대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살인, 폭행, 협박 등을 서슴지 않으며, 사사키와 일본 경찰의 묵인 아래 처녀나 부녀자들을 수시로 성폭행하는 인물이다. 또한, 부정하게 갈취한 돈과 물품은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해방을 맞아 일본이 달아나자 정교술은 맹렬한 우익 전사가 되었다. 정교술은 전쟁이 끝나고 사회가 혼란한 틈을 이용해 윤락업소를 차려서 취업차 상경한 처녀들을 유인해서 악의 구렁으로 빠뜨리는 파렴치범이었다.



어느 시대건 비열한 저류 인생들은 시대를 읽어가는 기술자답게 자신의 탐욕을 채워 나갔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 속에서 이들은 자신의 영달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예사로 알았다. 욕망은 인간을 성자로 만드는 원천이며, 인간을 탕자로 만드는 본원이다. 이 또한 나의 믿음이다. 욕망은 꽃밭과 가시밭의 경계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할 때 나만 꽃밭으로 들어가고 타인은 가시밭길로 밀어내려는 탐욕이 작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제는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자세에서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덧붙인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