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학회에서 발행하는 첫 번째 교과서인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출간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도입된 지도 50년이 넘었습니다. 학회 임원들과 회원들의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 법률 제14013호, 공포 2016.2.3. 시행2017.8.4.)도 제정·공포·시행되었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 「연명의료법」과 ‘어떻게 돌볼 것인가’의 「호스피스·완화의료법」이 갑자기 합쳐지면서 법이 제정되어 임상현장에서는 혼란과 어려움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이 되는 말기환자의 범위를 말기 암에서 점진적으로 모든 말기 만성질환으로 확대시키고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는 법적 근거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 부여할 줄 아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남은 삶을 보다 뜻있고 보람 있게 살며 삶을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말기환자에서의 말기 돌봄과 임종 돌봄까지를 포함한 ‘호스피스’는 1960년대 영국에서 호스피스운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WHO는 2002년에 호스피스 철학을 완화의료(palliative care)로 정의하며 제도화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4년엔 말기환자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자까지, 말기만이 아니라 질환진단 이후 언제든지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돌봐야하는 것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호스피스는 전문완화의료의 한 형태로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완화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생명의 제한을 느끼고 언젠가는 죽음을 앞두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기간, 그리고 의료와 복지의 통합적 돌봄을 ‘생애말기돌봄(end of life care)’으로 개념화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연명의료결정의 대안이나 반대적 개념이 아니며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하지 않은 모든 임종과정 환자에게도 완화의료적 접근, 즉 호스피스철학을 가진 질 높은 ‘임종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전인적 돌봄 모델입니다. 임종장소나 돌봄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제공되어져야하고 서비스를 원할 때에는 받을 수 있어야 하는 인간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거부나 공포, 현대의학의 역량이 치료(cure)에 집중되어 돌봄(care)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의료모델이 다학제팀 접근으로 제공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수가체계나 기금조성에 불리한 점, 그리고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개념에 대한 혼란이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에 장애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현재 의료시스템과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제공되도록 다양한 생애말기돌봄 유형 개발과 호스피스·완화의료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년에 걸쳐 83명의 다학제로 구성된 전문가 집필진이 국내·외 최신 연구결과를 국내실정에 맞추어 총 600여 페이지 12부 41장으로 구성된 첫 번째 교과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관련된 방대한 주제를 첫 번째 교과서에 모두 담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호스피스·완화의료 개요, 윤리와 관련법, 통증과 증상 관리, 의사소통, 영적 돌봄, 연구와 관련된 것이 실제 호스피스·완화의료현장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학회에서는 첫 번째 교과서에 만족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전문가들이 모여 보완, 수정해 나가면서 훌륭한 교과서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리고 이 책을 통하여 학회와 회원 여러분들의 계속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이 교과서를 발간하는 데 홍영선 편찬위원장님을 비롯한 편집위원들, 77명의 집필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라며, 멋진 편집과 구성, 디자인으로 훌륭한 책을 만들어주신 군자출판사 사장님 이하 임직원분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8년 7월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 이창걸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최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