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와 되돌이표

이영희 시인의 작품은 편안하다. 오랜 삶의 여정을 곰삭힌 시간의 모래밭에서 찍어낸 친근하고도 익숙한 발자국과도 같기 때문이다. ‘친구가 생겼습니다. 늘 곁에서 함께하는 존재만으로도 행복입니다. 제게는 시조가 그렇습니다. 해거름 다되어 한 송이 꽃을 피웁니다. 아직도 햇볕은 따뜻하여 꽃씨를 여물게 할 것입니다. 첫 시조집 설렘의 바람이 붑니다.’라는 시인의 말에서처럼 부지런히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사람에게서 풍기는 단단한 결과 향취가 난다.



이영희 시인의 작품은 편안하다. 오랜 삶의 여정을 곰삭힌 시간의 모래밭에서 찍어낸 친근하고도 익숙한 발자국과도 같기 때문이다.

‘친구가 생겼습니다. 늘 곁에서 함께하는 존재만으로도 행복입니다. 제게는 시조가 그렇습니다. 해거름 다되어 한 송이 꽃을 피웁니다. 아직도 햇볕은 따뜻하여 꽃씨를 여물게 할 것입니다. 첫 시조집 설렘의 바람이 붑니다.’라는 시인의 말에서처럼 부지런히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사람에게서 풍기는 단단한 결과 향취가 난다.

주어진 삶은 누구에게나 현재 진행형이듯 이영희 시인 역시 진행형의 삶을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어서 지금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소박하고 겸손한 시인의 말을 읽으면서 차고 넘치는 것이 결과를 향한 욕망이 아니라 열심히 걷고 뛰어온 발밑을 내려다보는 현재적 작업의 겸손에 있음을 확인한다. 다소 늦게, 아니, 꽤 늦게 시조를 만난 것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 살아온 만큼의 길이 함께하고 뒤를 받치고 있음도 확인한다. 단단하고도 영양가 있는 삶이란 누구보다 빠른 발걸음에 있지 않다.

이영희 시조 시인의 경우, 땀을 쏟고 애를 써서 잘 버무려내어 겨우내 김장김치를 땅속 깊이 묻어놓은 것만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그간 시인이 살아낸 시간만큼 그 속에 들어찬 수많은 질곡의 시간과 사철 푸른 나무의 날들과 봄날 후드득 흩어져버린 상실의 시간까지 잘 버무려져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